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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한인학교 프로젝트 수업을 마치며


교육의 핵심 주체가 학생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실제 교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지식 전달에만 급급할 뿐, 아이들 스스로가 주체적일 수 있는 기회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문명의 이기로만 여겨온 온라인 수업이 코로나 19로 교육의 핵심 자리를 차지하고, 지식 전달자로 군림하던 교사는 온라인 수업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하는 학생이 된 것이다.


같은 학생 처지가 되고 나니 새삼 지금 우리 반 아이들 나이였을 때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꿈은 있지만 나 자신보다 주변의 시선이 더 중요했던 나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부모의 가치관을 무조건적으로 흡수했던 나이, 어른들의 칭찬 속에서는 안정감을 느끼고, 그 테두리를 벗어나면 조바심이 났던 나이.만약 지금 우리 반 아이들도 그 혼돈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무엇보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야말로 세상에 가장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길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것이 ‘꿈찾아DREAM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이다.


수업은 자아 및 진로/직업 탐색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였다. MBTI 성격유형검사와 직업가치관검사, 직업적성검사 등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검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같이 해석하거나, 자신이 희망하는 직업의 전문가 인터뷰 영상을 찾아보고 소감문을 쓰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또한, 다양한 직업군의 전문가를 섭외하여 해당 직업에 대해 알아보기도 하고, 자신의 꿈에 대해 TED TALK을 모방하여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외부 전문가 직업 특강은 학교 전체 프로그램으로 확장하여 김나영 3D 애니메이터(2021.04.10.), 오예나 카타르항공 승무원(2021.05.01.), 박중규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2021.05.22.)와 조은이심리상담전문가(2021.05.29.)의 강의를 함께 들었다.


프로젝트 형태의 수업은 자연스럽게 수업 주체가 교사에서 학생으로넘어간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발표는 그 어느 때보다 생기가 넘쳤다. 지루하게 강조했던 국어 문법 수업과 책 읽고 줄거리나 느낀 점을 발표하던 때와는 확연한 온도 차가 느껴졌다. 시키지도 않은 파워포인트자료를 만드는가 하면,때를 놓친 숙제를 뒤늦게 마무리하여 발표를 자원하는 아이도 있었다.마치 이미 전문가가 된 것처럼희망 직업을 소개하기도 하고,자기도 모르게 준비한 원고를 다 외워버렸다며 진짜 TED TALK 강연자가 된 것 같은 아이도 있었다.


특히,직업가치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확실한 꿈을 찾은 아이나,그렇지 않은 아이나 이미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지가 제법 확고했던 까닭이다.성인인 나도 갈대처럼 흔들리며사는데,교사로서,그리고 한 어른으로서 조금 부끄러워진 순간이었다.다만 이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각자가 지닌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활짝 꽃피울 수 있도록, 그리고 희망하는 삶을 마음껏 펼쳐 나가도록 무한한 사랑과응원을 보내는 일일 것이다.끝으로,이같은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후원해 주신 재외동포재단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몬트리올 한인학교 교사 유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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