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고르게 분포된 해바라기반 수업을 진행하며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사실 쓰기 교육이었다. 그러나 한 권의 교재로 한국어 수준도, 나고 자란 환경과 문화도 모두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주제에 따른 다른 볼거리와 읽을 거리로 교재를 대체했다. 환경 단원을 시작하면서는 ‘한국의 미세먼지’, 등의 기사문을 함께 읽고, 그레타툰버그의 몬트리올 연설 동영상을 봤다. 환경오염이 심각해진 지구의 미래를 그림으로 그려 보기도 하고,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다 학생 한 명이 유명 유튜브 채널 Mr.Beast에서 진행하는 ‘나무 심기 캠페인’을 소개했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기부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무엇을 하든 수업 시간만으로는 부족해 결국 금요일 저녁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호두 슈가볼 만들기에 도전했다. 인터넷에서 찾은 20개 짜리 레시피를 500개로 늘리기 위해 직접 가격을 조사하고, 필요한 양을 계산하는 것도 아이들 몫이었다. 3시간 30분에 걸쳐 총 482개의 슈가볼을 만들어 43개 봉지에 나누어 담아 포장했다. 판매는 수업시간을 이용해 직접 거리로 나섰다. 처음에는 말주변이 좋은 몇몇 친구들만 시도하다, 어느 순간이 되자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선생님’ 하고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면 5불짜리 지폐를 흔들며 아이들이 세상 환하게 웃었다. 우리는 200불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이제 재료비를 뺀 모든 금액은 해바라기반 아이들 이름으로 나무 심기 캠페인에 기부될 것이다.
교사로서 교재에 따라 진도 나가는 것에 급급한 마음을 버리자,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늘고 교실은 생동감이 넘쳤다. 무시하듯 지나가는 발걸음에 아이들은 상처도 받았지만, 그래서 더욱 세상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우리를 ‘지금, 여기(Here & Now)’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감정이다. 아이들 각자가 다양한 감정의 증폭을 안전하게 경험하는 수업을 통해 몰입과 참여의 즐거움을 쌓아 가길 바란다. 한글학교에서의 시간이 언젠가 아이들에게 좋은 글쓰기 소재가 될 것을 믿으며, 이번 학기의 아쉬움을 달랜다.
몬트리올 한인학교 교사 유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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